🪜 SADARI

왜 '랜덤'은 공정하게 느껴질까

SADARI 이야기 · 2026년 7월

벌칙에 걸려도 사다리라면 웃으며 받아들인다. 같은 결과를 누군가 '지목'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. 결과는 똑같은데, 왜 감정은 다를까.

이 물음의 열쇠는 심리학과 조직행동 연구에서 오래 다뤄 온 절차적 공정성(procedural fairness)이다. 사람은 결과 그 자체(분배적 공정성)만큼이나, 그 결과가 어떤 절차로 정해졌는가에 크게 반응한다. 손해를 보더라도 과정이 공정했다고 느끼면 훨씬 잘 승복한다.

무작위는 '의도'를 지운다

지목에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한다. "왜 하필 나야?"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고, 그 답을 상대의 편향에서 찾게 된다. 반면 제비뽑기는 결정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우연이다. 원망할 대상이 사라지니, 결과가 나빠도 관계가 상하지 않는다. 무작위는 결정에서 '의도'라는 가시를 뽑아낸다.

공정성의 세 조건 — 그리고 사다리

절차가 공정하다고 느끼려면 대체로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. 일관성(모두에게 같은 규칙), 편향 없음(특정인에게 유리하지 않음), 투명성(과정을 볼 수 있음)이다. 사다리타기는 이 세 가지를 자연스럽게 만족한다. 규칙은 모두에게 동일하고, 수학적으로 아무도 유리하지 않으며, 선을 따라 내려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.

'보여 주는 것'이 절반이다

여기서 결정적인 대목은 투명성이다. 결과만 통보하는 추첨과, 경로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여 주는 추첨은 수용도가 다르다. 과정을 함께 지켜본 사람은 그 결과를 '우리가 같이 확인한 것'으로 받아들인다. SADARI가 결과 숫자만 던지지 않고 굳이 사다리를 그려 보여 주고, 링크로 그 과정을 공유하게 만든 이유가 여기 있다. 공정함은 절반이 '공정하게 보이는 것'이기 때문이다.

그래서 무작위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다. 그것은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관계를 지키는, 오래된 사회적 기술이다. 700년 전 사람들이 아미다쿠지로 돈을 나눈 것도, 결국 같은 지혜였을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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